로스쿨과 사시부활론
로스쿨 합격자 비율이 발표되자 사시부활론이 다시 불붙는 느낌이다. 돈 없으면 입학도 못하는 로스쿨... 빈익빈 부익부... 공평한 사시를 되살리자 등등..
그럼 과연 사법시험은 공평한 시험이었을까? 오랜 사시 준비로 삭을 만큼 삭아 본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별로 그렇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특정학교에 편중된 출제인맥도 큰 문제였지만 그게 학원을 매개로 학원인맥으로 변질된 느낌도 없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신림동의 고시원비 등 제반 물가와 갈수록 끝없이 올라가는 책값, 학원비 등을 고려하면 과연 사시가 로스쿨보다 취약계층에 유리한 제도인지는 정말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미 사시는 절간에 들어가서 혼자 공부하다가 벼락출세하는 제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지만 어떻게든 입학만 하면 그래도 대출이라도 나온다. 사시는 붙을 때까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부모님과 가족들의 혹독한 희생 속에 고독한 거지생활을 참아내야 한다. 길면 십수년 동안...
이게 로스쿨보다 나은 제도인지.. 나도 노무현의 모든 개혁정책을 지지했던 사람이지만 단 하나 로스쿨만은 반대했었다. 법조계를 소위 ‘있는 놈’들로만 가득 채울 수 있는 제도가 로스쿨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시라고 나을게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유기체처럼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하지만 로스쿨이든 사시든 그 신진대사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죽은 제도일 뿐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대륙법 체계에 맞는 법조인력의 양성제도, 그리고 그 것이 과연 사회적 신진대사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가 여부가 아닐까? 로스쿨이든 사시든 이런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아무 의미없는 탁상공론일 뿐이다.